-대량 구매 의존 낮추고 K뷰티·K푸드 등 관광객 취향형 상품 확대
-3년 만에 인천공항 복귀…국내외 핵심 거점 중심으로 사업 재편

더트래커 = 박민정 기자
롯데면세점이 중국인 다이궁(보따리상) 중심의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개별관광객(FIT)을 겨냥한 사업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다이궁 거래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관광객의 국적과 소비 취향에 맞춰 상품과 매장을 재편하고,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공항과 관광지 중심으로 판매 거점을 다시 짜는 방식이다. 면세점 업계의 경쟁 방식이 ‘얼마나 많이 팔 것인가’에서 ‘누구에게 무엇을 팔 것인가’로 이동하는 가운데 롯데면세점도 사업 모델을 바꾸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전략 변화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부분은 고객 구성이다. 올해 1분기 외국인 FIT 순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 중국인 FIT 매출이 68% 늘었고 대만과 베트남 관광객 매출도 각각 38%, 255% 증가했다. 특정 국가의 대량 구매 고객에 의존하기보다 여러 국가에서 들어오는 개별 관광객을 폭넓게 확보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이는 면세점 업계가 코로나19 이후 겪은 사업 환경 변화와 맞닿아 있다. 과거 다이궁은 면세점 매출을 빠르게 키울 수 있는 고객이었지만 높은 송객수수료와 할인 등이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롯데면세점 역시 지난해 주요 다이궁 거래를 줄이면서 외형보다 수익성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매출 규모가 감소했음에도 이익 구조가 개선됐고, 올해부터는 FIT를 중심으로 다시 외형을 확대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고객이 달라지면서 상품 구성도 바뀌고 있다. 다이궁 중심 영업에서는 화장품과 명품 등 대량 판매가 가능한 품목의 중요성이 컸다면 FIT는 여행 중 직접 구매하고 경험하는 상품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중요하다. 롯데면세점은 K뷰티뿐 아니라 K푸드와 패션, 캐릭터 등으로 상품군을 넓히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소비하는 경험 자체를 면세점 매출로 연결하려는 전략이다. 최근 면세업계 전반에서도 명품 중심에서 K뷰티·K푸드·웰니스 등으로 상품군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판매 공간의 역할도 달라졌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4월 1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DF1 구역에서 영업을 재개했다. 2023년 철수 이후 약 3년 만의 복귀다. DF1은 향수·화장품과 주류·담배 등을 판매하는 4094㎡ 규모 구역으로 15개 매장이 들어섰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 들어오는 관문에 다시 판매 거점을 확보하면서 FIT 중심 전략을 실제 매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이번 인천공항 재진입은 과거와 같은 방식의 외형 확대와는 성격이 다르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기존 사업권을 반납하고 신규 입찰에서도 빠진 가운데 롯데면세점은 공항 사업을 다시 선택했다. 특히 이번 사업은 과거보다 낮아진 임대료 조건에서 시작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인천공항공사가 제시한 DF1 최저 수용 여객당 임대료는 5031원으로 기존 사업자에게 적용됐던 금액보다 낮아졌다.
롯데면세점이 공항 사업을 다시 가져온 배경에는 외국인 관광객 회복세도 있다. 올해 들어 외국인 면세점 구매객이 증가하면서 공항을 통한 관광객 유입이 다시 중요한 판매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국내 면세점을 이용한 외국인 구매객은 108만9209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28.7% 증가했다. 과거 소수 다이궁의 대량 구매에 의존했던 시장에서 다수의 관광객이 소비하는 시장으로 고객 기반이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해외사업도 같은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해외에서 모든 점포의 외형을 키우기보다 공항 등 경쟁력이 있는 거점을 중심으로 사업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부진한 해외 점포를 정리하는 동시에 싱가포르·베트남 등 주요 공항점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인천공항을 다시 확보하고 해외에서는 핵심 공항을 남기는 방식으로 사업의 선택과 집중이 진행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변화는 롯데면세점의 성장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과거에는 다이궁을 통해 짧은 기간에 대량 매출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관광객이 실제 매장을 방문하고 상품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 고객 국적을 다변화하고 K콘텐츠와 연계한 상품을 늘리는 동시에 공항과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판매망을 재편하는 이유다.
롯데면세점은 명동 등 시내점에서도 FIT를 겨냥한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단순히 상품을 진열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K콘텐츠와 관광 경험을 결합해 체류시간을 늘리고 구매로 연결하는 전략이다. 명동본점의 경우 스타에비뉴를 체험형 문화공간으로 개편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 목적 자체를 넓히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결국 롯데면세점의 사업 재편은 다이궁을 줄이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FIT가 소비할 수 있는 상품과 공간을 만들고, 그 고객이 유입되는 공항·관광지에 판매망을 다시 배치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수익성 중심으로 영업 구조를 손질했다면 올해부터는 확보한 수익성을 기반으로 고객과 판매 채널을 확대하는 단계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시장의 고객 구조가 다이궁 중심에서 개별관광객 중심으로 바뀌면서 업체들도 매출 규모보다 고객의 구매 패턴과 수익성을 함께 보고 있다"며 "롯데면세점도 FIT에 맞는 상품과 콘텐츠를 강화하면서 인천공항 등 핵심 거점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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