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주 3사와 2023년부터 SIAC 공방…용선주 Arctic LNG 2도 1조3703억 별도 청구
-같은 선박·다른 계약 근거…기존 중재 마무리 전 법적 불확실성 확대

더트래커 = 강혜림 기자
한화오션이 러시아 Arctic LNG 2 프로젝트용 쇄빙 LNG운반선 3척을 둘러싸고 복수의 국제중재에 대응하게 됐다. 2023년 선주 3사가 제기한 중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번에는 해당 선박의 용선주인 Arctic LNG 2까지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에 나섰다.
같은 선박 건조계약에서 비롯된 분쟁이지만 청구 주체와 계약상 근거가 다르다는 점에서 기존 중재와는 별개의 사건이다. 한화오션 입장에서는 기존 중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른 법적 절차가 추가된 셈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이미 2023년부터 Arctic LNG 2 프로젝트용 Arc7급 쇄빙 LNG운반선 3척과 관련해 선주 3곳과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에서 중재를 진행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2020년 10월 당시 대우조선해양 명의로
Elixon Shipping Company Limited, Azoria Shipping Company Limited, Glorina Shipping Company Limited 등 선주 3사와 해당 선박의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러 제재가 강화되고 수출통제와 계약 이행 문제가 불거지면서 2022년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선주 3사는 2023년 5월 계약 이행과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각각 SIAC에 중재를 제기했다.
기존 중재는 아직 진행 중이다. 한화오션은 올해 상반기까지 중재판정부가 구성된 이후 당사자 간 서면과 증거자료 제출 절차를 진행해왔다. 즉, 최초 계약 해지 이후 4년, 선주 측의 중재 제기 이후 3년이 넘었지만 분쟁은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Arctic LNG 2가 새로운 중재 신청인으로 등장했다.
Arctic LNG 2는 선박을 직접 발주한 선주가 아니라 해당 LNG운반선을 이용하는 프로젝트 사업자이자 용선주다. 기존 선주 3사가 선박건조계약을 근거로 한화오션에 계약 이행과 손해배상을 요구했다면, Arctic LNG 2는 별도로 체결된 ‘스텝인 협약(Step-In Agreements)’ 위반을 문제 삼고 있다.
스텝인 협약은 특정 계약 당사자가 계약을 정상적으로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제3자가 계약에 개입해 일정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약정이다. Arctic LNG 2는 한화오션이 선주들과의 건조계약을 해지하는 과정에서 이 협약상 권리가 침해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중재에서 Arctic LNG 2가 제시한 청구금액은 10억달러다. 지난 2일 기준 환율을 적용하면 1조3703억원으로 한화오션의 2025년 말 연결 기준 자기자본 6조1750억원의 22.2%에 해당한다.
다만 현재 금액은 중재통지서에 구체적인 손해 항목이나 산출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선 제시된 규모다. 한화오션 역시 향후 중재 절차에서 청구금액이 변경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업계가 이번 사안을 단순한 1조원대 손해배상 청구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 선주 3사가 제기한 중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용선주까지 별도 계약을 근거로 새로운 중재를 제기하면서, 동일한 LNG선 3척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여러 갈래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선주 측 중재의 청구 범위도 적지 않다. 당시 선주 3사는 최소 1억7439만달러에서 최대 8억7195만달러 규모의 청구를 제기했다. 이번 Arctic LNG 2의 10억달러 청구액은 기존 선주 측이 제시한 최대 청구액보다도 큰 수준이다. 다만 각각 별도의 중재 사건인 만큼 단순 합산해 한화오션의 잠재 손실 규모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중재 결과와 각 사건의 책임 범위가 확정돼야 실제 재무적 영향도 가늠할 수 있다.
한화오션은 이번 중재에 적극 대응하는 동시에 원만한 해결 방안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중재 절차에 적극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며 “이와 병행해 원만한 해결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선주와의 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용선주까지 별도의 계약 관계를 근거로 중재에 나선 만큼 사건별 법적 쟁점을 따로 살펴봐야 한다”며 “다만 같은 선박과 프로젝트에서 파생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화오션의 러시아 관련 법적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러시아 Arctic LNG 2 프로젝트를 둘러싼 국내 조선업계의 분쟁은 삼성중공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대러 제재가 강화된 이후 계약 해지와 선수금 반환, 손해배상 책임을 둘러싼 국제중재가 장기화하면서 조선사들이 수주 단계에서는 예상하기 어려웠던 지정학적 리스크가 수년 뒤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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