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개국 진출·지난해 브랜드 매출 1조5400억원…해외 시장이 성장 견인
-신라면 툼바·김치볶음면·골드로 제품 다변화…국물라면 넘어 글로벌 입맛 공략
1986년 출시된 농심 신라면이 올해 40주년을 맞았다. 1991년 국내 라면시장 판매 1위에 오른 뒤 35년간 선두를 지켜온 신라면은 지난해 국내외 매출 1조5400억원을 기록하며 해외 시장에서도 성장 기반을 넓혔다. 제품 차별화로 쌓은 브랜드 자산은 해외 사업과 제품 다변화, 소비자 접점 확대의 토대가 되고 있다. 신라면 40년의 성장 과정과 사업적 의미, 다음 단계의 과제를 세 편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더트래커 = 박민정 기자
농심 신라면의 매출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 국내 라면시장에서 장기간 판매 1위를 지켜온 데 이어 해외 매출이 브랜드 전체 실적의 3분의 2에 가까운 수준으로 확대됐다. 2025년 신라면 브랜드의 국내외 매출은 1조5400억원, 이 가운데 해외 매출은 1조15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시장에서 형성한 브랜드 경쟁력이 해외 사업의 성장 기반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본격적으로 높아진 시점은 2021년이다. 당시 신라면 브랜드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이후 해외 매출이 국내를 웃도는 구조가 자리 잡았고, 지난해에는 연간 해외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신라면이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한 대표 라면을 넘어 글로벌 사업의 주요 매출원으로 성장한 셈이다.
해외 사업 확대에는 한국식 매운맛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제품 전략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농심은 기존 신라면의 국물맛을 해외에 그대로 소개하는 데서 나아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풍미와 조리 방식에 맞춰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하나의 브랜드 아래 서로 다른 맛과 형태를 제공해 소비자 선택 폭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신라면 제품. [사진=농심 제공]
대표 사례가 2024년 출시한 신라면 툼바다.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 유행한 ‘신라면 투움바’ 조리법을 제품화했다. 신라면의 매운맛에 크림을 연상시키는 진한 소스와 꾸덕한 식감을 결합해 국물라면과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2025년 말 기준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1억개를 넘어섰다.
일본에서는 경제 전문지 닛케이 트렌디가 선정한 ‘2025년 히트상품 베스트30’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편의점 유통망에서도 판매를 확대하며 현지 소비자와 접점을 넓혔다.
툼바의 사례는 제품 개발 방향이 달라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소비자가 기존 제품을 변형해 즐기는 조리법을 기업이 제품화하고, 이를 다시 해외 시장에 선보이는 방식이다. 기업이 일방적으로 새로운 맛을 제안하기보다 소비자 행동에서 제품 개발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다. 국내에서 형성된 소비 트렌드를 해외 판매 제품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농심은 2025년 말 신라면 김치볶음면을 선보이며 제품 형태도 넓혔다. 신라면 특유의 매운맛에 볶은 김치의 풍미를 더한 제품으로, 단맛과 매운맛의 조합을 뜻하는 ‘스와이시(Swicy)’ 트렌드를 반영했다. 국물라면과는 다른 볶음면 형태를 통해 기존 신라면과 다른 소비 수요를 겨냥했다. 회사는 해당 제품을 글로벌 주력 제품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2026년에는 신라면 골드와 로제를 추가했다. 신라면 골드는 닭고기 육수에 강황과 큐민을 더해 기존 소고기 국물과 차별화한 제품이다. 해외 시장에서 검증된 수출 전용 제품을 국내 소비자 취향에 맞게 재해석한 사례로, 출시 약 한 달 만에 1000만 봉 판매를 기록했다. 신라면 로제는 매운맛에 토마토와 크림 풍미를 조합해 기존 국물라면과 다른 맛을 제안한다. 국내와 일본에서 출시한 뒤 해외 시장으로 판매를 확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처럼 제품군을 넓히는 것은 지역별로 다른 식문화와 소비 취향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매운 국물라면을 선호하는 소비자에게는 오리지널 제품을, 크림 소스나 볶음면에 익숙한 소비자에게는 툼바와 김치볶음면 등을 제안할 수 있다. 브랜드 이름을 공유하면서 제품별 맛과 형태를 달리하면 기존 인지도를 활용해 신규 수요를 공략할 여지가 생긴다.
그러나 제품 다변화가 곧바로 수익성 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신제품 개발과 생산, 유통, 광고에는 비용이 들어간다. 판매량이 늘더라도 판촉비와 물류비 부담이 커지면 이익 증가 폭은 제한될 수 있다. 신제품이 기존 제품을 대체하는지,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지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해외 매출 증가를 실질적인 사업 성과로 평가하려면 제품별·지역별 매출과 수익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
농심은 2030년까지 매출 7조3000억원, 영업이익률 10%, 해외 매출 비중 6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신라면 브랜드의 목표가 아니라 농심 전체의 중장기 경영 목표다. 신라면은 글로벌 사업 확대를 뒷받침하는 주요 브랜드지만, 회사 전체의 목표 달성 여부는 라면 외 제품군과 해외 생산·유통망의 성과까지 함께 봐야 한다.
신라면의 해외 매출 1조원 돌파는 국내에서 쌓은 브랜드 자산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매출을 창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는 진출 국가와 제품 수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각 시장에서 반복 구매를 확보하고, 매출 증가를 이익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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