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농심, 현지 입맛 반영한 신제품으로 소비층 확대
-샘표는 고추장·발효소스 공략…EU 수출 1~9월 23.5% 증가

더트래커 = 박민정 기자
국내 식품기업들이 유럽 시장에서 현지 소비자의 입맛과 식문화에 맞춘 제품을 선보이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삼양식품은 불닭의 인지도를 파스타로 확장하고, 농심은 신라면에 로제소스를 접목했다. 샘표는 고추장과 콩 발효소스를 현지 요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품과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제품을 수출하는 데서 나아가 현지 소비자의 식탁에 자리 잡으려는 시도다.
유럽 시장의 성장세도 이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유럽연합(EU) 지역 K푸드 수출액은 7억2838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5% 증가했다. 지난 17~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식품박람회 시알 파리 2026에서도 국내 식품기업들은 현지 식문화와 접점을 넓힌 제품을 선보였다.
삼양식품은 불닭 브랜드의 인지도를 활용해 라면 밖으로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파스타 브랜드 ‘탱글’이 대표적이다. 불닭볶음면으로 확보한 해외 소비자 인지도를 파스타로 연결해 라면 이외의 수요를 끌어내려는 전략이다. 시알 파리에서도 불닭과 탱글을 함께 선보이며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다.
실적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삼양식품의 올해 2분기 유럽 매출은 8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주 매출 증가율 54%, 중국 44%를 웃돌았다. 유럽법인 매출은 2024년 326억원에서 2025년 1831억원으로 늘었다. 불닭의 인기를 바탕으로 유럽 사업이 빠르게 성장한 가운데 탱글 등 신규 제품이 추가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과제로 남아 있다.
농심은 주력 브랜드 신라면에 현지 소비자에게 익숙한 맛을 더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시알 파리 2026에서 유럽 시장에 처음 공개한 ‘신라면 로제’는 신라면의 매운맛에 로제소스를 결합한 제품이다. 기존 브랜드의 인지도를 활용하면서 크림과 토마토를 활용한 소스에 익숙한 소비자까지 겨냥한다.
독일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현지 식품 유통사 K&K가 판매를 준비 중이며, 이르면 11월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전시회에서 제품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판매 채널을 확보해 시장 반응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제품을 경험하는 방식도 현지화했다. 농심은 시알 파리 기간 센강 인근에서 ‘신라면 분식’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프랑스 식재료를 토핑으로 활용한 신라면과 신라면 툼바를 선보이며 한국의 한강 라면 문화를 소개했다. 제품의 맛뿐 아니라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한 조리 방식까지 제안해 소비자 접점을 넓혔다.
샘표는 완제품보다 조리 재료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추장과 콩 발효 에센스 ‘연두’를 현지 음식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하고 유통망을 넓히는 방식이다. 한국 음식을 직접 만드는 소비자뿐 아니라 평소 채소 요리와 소스를 즐기는 현지 소비자도 겨냥한다.
샘표의 유기농 고추장은 스페인 요리과학연구소 알리시아 재단과 공동 연구해 개발했다. 독일과 네덜란드, 스위스에서 판매 중이며 덴마크와 폴란드, 벨기에 등으로 판매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연두도 독일 레베(REWE)와 스위스 미그로스(Migros) 등 현지 유통망에 입점했다.
유럽 매출도 증가했다. 샘표식품의 올해 1분기 유럽 매출은 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늘었다. 같은 기간 북미 매출 증가율 4.2%를 웃돌았으며, 전체 해외 매출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28.6%에서 30.3%로 높아졌다.
세 기업은 각기 다른 제품으로 유럽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고 있다. 삼양식품은 불닭의 인지도를 파스타로 연결하고, 농심은 신라면에 새로운 맛과 조리 경험을 더한다. 샘표는 고추장과 발효소스를 현지 요리에 활용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제품을 알리는 데서 나아가 현지 유통망을 통해 판매를 늘리고 재구매를 확보하는 일이 유럽 사업 확대의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시장에서 K푸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국적인 맛을 유지하면서도 현지 소비자들의 식습관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내 식품기업들이 파스타와 로제소스 등 친숙한 음식에 한국식 매운맛과 발효 기술을 접목하는 것도 일회성 구매를 넘어 일상적인 소비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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