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합산 매출 3조원 돌파…인디 브랜드 해외 판매 확대 수혜
-美법인 첫 흑자·인터코스 추월…현지 생산능력과 수익성 경쟁 본격화

더트래커 = 박민정 기자
K뷰티의 해외 판매가 늘면서 화장품을 직접 개발·생산하는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로 주문이 몰리고 있다. 개별 브랜드의 수출 증가에 그치지 않고 여러 브랜드의 제품 개발과 생산을 맡는 코스맥스와 한국콜마의 실적까지 함께 커지는 구조다. 국내 브랜드의 해외 진출 지역이 넓어지면서 ODM 업체 간 경쟁도 국내 생산량에서 해외 생산거점의 규모와 수익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7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3% 증가했다. 역대 상반기 기준 최대치다. 2분기 수출액만 39억달러로 1분기 31억달러보다 25.8% 늘었다. 미국이 14억5000만달러로 전체 수출의 20.7%를 차지했고 중국 10억1000만달러, 일본 5억8000만달러가 뒤를 이었다. 과거 중국에 집중됐던 수출처가 미국과 일본 등으로 분산되는 흐름도 이어졌다.
ODM 업체 실적에는 이 같은 수출 확대가 직접 반영됐다. 코스맥스의 2분기 연결 매출은 794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7.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737억원으로 21.3%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상반기 매출은 1조4769억원, 영업이익은 1268억원으로 각각 21.8%, 13.0% 증가했다.
국내 법인이 외형 확대를 이끌었다. 코스맥스 한국 법인의 2분기 매출은 518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 증가했다. 분기 매출이 5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국내 브랜드의 해외 수출 물량이 늘어난 데다 스킨케어를 중심으로 주문이 증가했다.
해외 법인도 매출을 키웠다. 중국 법인 매출은 1974억원으로 33% 증가했고 미국 법인은 538억원으로 79% 늘었다. 특히 미국 법인은 분기 기준 최대 매출과 함께 창사 이후 처음으로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법인 매출도 289억원으로 38% 증가했다.
한국콜마도 외형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2분기 연결 매출은 861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7.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103억원으로 50.2% 늘었다. 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상반기 매출은 1조5893억원, 영업이익은 1892억원으로 각각 14.8%, 41.8% 증가했다.
양사의 외형을 합치면 상반기 매출만 3조662억원이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가 국내 화장품 수출 확대의 생산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ODM은 브랜드사가 자체 연구소와 생산공장을 갖추지 않아도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제형 개발부터 생산까지 맡는다. 인디 브랜드가 빠르게 제품을 내놓고 해외 시장을 시험할 수 있는 구조와 맞물린다.
ODM 사업의 특징은 고객사가 특정 브랜드 하나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한 브랜드의 해외 판매가 늘면 해당 제품의 생산량이 증가하고, 브랜드가 제품군을 확대하거나 판매 국가를 늘리면 추가 주문이 발생한다. 여러 브랜드를 고객사로 확보한 ODM 업체는 이런 주문 증가를 동시에 흡수할 수 있다.
최근 K뷰티 수출에서 인디 브랜드의 비중이 커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형 화장품 기업이 자체 브랜드와 생산시설을 앞세워 해외 시장을 공략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브랜드는 기획과 마케팅에 집중하고 제품 개발과 생산은 ODM에 맡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의 실적 차이는 해외 생산거점의 수익성에서도 나타난다. 코스맥스 미국 법인은 매출이 79% 늘면서 흑자로 전환했지만 한국콜마 미국 법인은 2분기 매출 178억원, 영업손실 14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매출을 늘리는 것과 현지 사업에서 이익을 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 드러난다.
글로벌 ODM 시장의 순위도 바뀌었다. 2분기 화장품 ODM 매출은 코스맥스가 794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콜마 화장품 부문이 6064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탈리아 인터코스는 4658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4분기까지 인터코스보다 매출 규모가 작았지만 올해 1분기 역전한 뒤 2분기에는 격차를 1406억원까지 벌렸다.
수요가 늘면서 생산능력 확보도 진행되고 있다. 코스맥스는 글로벌 생산능력을 현재 약 35억개에서 40억개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태국 신공장과 인도네시아 신공장 가동도 예정돼 있다.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물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주문이 발생하는 지역에 생산거점을 두는 구조로 사업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한국콜마 역시 국내 생산을 중심으로 글로벌 브랜드의 주문을 받아내면서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국내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생산 물량 증가로 연결하는 동시에 현지 생산과 연구개발 역량을 확보해야 하는 단계로 들어섰다.
K뷰티 수출액이 늘어나는 것만으로 ODM 업체의 실적이 같은 비율로 커지는 구조는 아니다. 생산능력을 얼마나 확보했는지, 해외 공장이 늘어난 주문을 감당하면서 이익을 내는지에 따라 실적의 질이 달라진다. 코스맥스 미국 법인의 흑자 전환이 보여주듯 해외 매출 확대 이후 현지 고정비를 얼마나 흡수하느냐도 중요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인디 브랜드의 해외 판매가 늘면서 ODM 업체들이 확보할 수 있는 고객군과 생산 물량도 함께 커지고 있다”며 “이제는 국내 생산량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해외에서 늘어나는 주문을 현지 생산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지가 업체별 실적 차이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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