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E신평 6개사 분석…국내 매출 1% 감소, 해외는 14조원으로 확대
삼양식품 수출·농심 현지생산·CJ제일제당 브랜드 확장…해외 투자도 본격화

더트래커 = 박민정 기자
국내 식품시장의 외형 성장이 멈추면서 주요 식품기업의 해외 사업 확대가 실적 차이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국내 매출이 감소한 6개 주요 식품기업은 해외에서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출을 늘리는 기업부터 현지 생산시설과 유통망을 확보하는 기업까지 해외 사업 확대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29일 NICE신용평가의 식품산업 스페셜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식품 판매액은 81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사실상 시장 규모가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기업별 격차는 더 뚜렷했다. NICE신용평가가 해외 매출 비중이 30%를 넘는 삼양식품·오리온·CJ제일제당 식품부문·롯데칠성음료·대상·농심 등 6개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국내 매출은 17조1000억원으로 1.0% 감소했다. 반면 해외 매출은 14조원으로 11.0% 증가했다.
해외 매출 비중도 기업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삼양식품이 80.1%로 가장 높았고 오리온 65.6%, CJ제일제당 식품부문 51.4%, 롯데칠성음료 38.5%, 대상 34.2%, 농심 30.2% 순이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내수 성장률이 낮아진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빠른 외형 확대를 이어간 구조다.
다만 해외 매출 비중만으로 기업의 수익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NICE신용평가 역시 해외에서 매출을 늘리더라도 현지 소비자 수요에 맞는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수익성으로 연결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생산시설과 유통망을 새로 구축하는 기업은 초기 투자와 마케팅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삼양식품은 수출 증가가 생산능력 확대로 이어지는 구조다.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은 1조23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4%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82.9%에 달했다. 2분기 해외 매출도 64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7% 늘어나 분기 기준 처음 6000억원을 넘어섰다.
생산시설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삼양식품은 밀양2공장 가동에 이어 중국 저장성 자싱에 현지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당초 6개였던 생산라인 계획을 8개로 확대했으며 투자금액은 약 2072억원이다. 2027년 1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중국 현지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농심은 이미 구축한 해외 생산시설과 유통망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올해 상반기 해외법인 매출은 64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8% 증가했다. 전체 연결 매출에서 해외법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3.9%까지 높아졌다. 국내법인 매출은 1조2487억원으로 0.5% 감소했다. 국내 생산법인의 수출까지 포함하면 해외사업 매출 비중은 40.2%다.
미국을 비롯해 중국·일본·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망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유통채널과 신라면 브랜드 라인업을 확대했고, 중국에서는 오프라인 신규 채널 입점을 늘렸다. 유럽에서도 영국 등 서유럽을 중심으로 판매지역을 넓혔다.
삼양식품과 농심의 차이는 생산구조에서 나타난다. 삼양식품은 국내 생산능력을 늘리는 동시에 중국 현지 생산을 추가하면서 수출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 농심은 미국·중국 등 이미 생산시설을 갖춘 시장에서 현지 생산과 유통망을 함께 확대하고 있다. 해외 매출을 늘린다는 목표는 같지만 추가 투자와 비용이 발생하는 지점은 다르다.
CJ제일제당은 제품과 브랜드의 현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2분기 식품사업부문 매출은 2조84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했다. 만두와 햇반 등 글로벌전략제품(GSP)의 해외 판매가 늘면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를 중심으로 만두에서 가공밥 등으로 글로벌 전략제품을 확대해왔다. 해외에서 단일 제품의 판매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군을 넓혀 현지 식품사업의 매출 기반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산업 전반의 수출 환경도 나쁘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농식품 수출액은 53억819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 중동 수출이 25.2% 늘었고 중남미 19.5%, 유럽 17.9%, 북미 11.0%, 중화권 9.5% 등 주요 권역에서 모두 증가했다.
시장 자체가 넓어지는 동시에 국내 업체들의 해외 사업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삼양식품은 수출 수요에 맞춰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현지 생산까지 추가한다. 농심은 해외 생산시설의 가동과 유통채널 확대를 병행한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브랜드와 전략제품을 늘리는 방식으로 해외 식품사업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다만 해외 사업 확대가 곧바로 수익성 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지 생산시설을 확보하면 초기 설비투자와 고정비가 발생하고, 유통망 확대에는 마케팅 비용이 뒤따른다. 국가별 가격 경쟁과 환율, 물류비 등도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 농심도 해외 매출 증가와 별개로 판매 확대를 위한 마케팅 비용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국내 식품사들이 국내 사업만으로 유의미한 외형 성장과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해외시장 경쟁력 확보 여부가 중장기 성장과 수익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만으로 매출을 크게 늘리기 어려운 환경에서 해외 사업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며 “수출 물량을 늘리는 것과 함께 현지 생산과 유통망에 투입되는 비용을 관리하고 해외 매출을 안정적인 이익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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